분류 전체보기13 비 온 뒤 창문에 맺힌 물방울을 한참 바라보던 오후 오후 내내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나서야 창문 밖 풍경이 조금씩 또렷해지기 시작했다. 흐릿하게 번지던 건물의 윤곽도 다시 선명해졌고, 멈춰 있던 공기에도 조금씩 고요한 움직임이 느껴졌다.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선은 창밖보다 창문에 남아 있는 물방울 쪽으로 더 오래 머물렀다. 비가 지나간 자리마다 동그랗게 맺혀 있는 작은 물방울들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었고, 그 안에 바깥 풍경이 작고 조용하게 비치고 있었다. 특별한 장면은 아니었지만, 그 순간만큼은 괜히 다른 생각을 멈추고 한참 바라보게 되었다. 물방울은 하나하나 모양도 다르고 머무는 자리도 달랐다. 어떤 것은 길게 미끄러져 자국을 남겼고, 어떤 것은 아직 움직이지 않은 채 조용히 빛을 머금고 있었다. 오후의 옅은 빛을 받은 물방울은 생.. 2026. 4. 13. 이전 1 2 3 다음